척준경에 대해 알아보자 (11)

 한편 이자겸이 숙청된 1126년 6월부터 그해 12월까지 척준경은 인종에게 최고의 대우를 받게 됩니다.

6월에는 <추충정국협모동덕위사공신(推忠靖國協謀同德衛社功臣) 검교태사 수태보 문하시랑 동중서문하 평장사 판호부사 겸 서경유수사 상주국>에 임명되고, 부인 황씨는 제안군대부인(齊安郡大夫人)에 봉해집니다.

또한 11월에는 고려 신하의 최고의 영예인, 공신각에 척준경의 화상이 걸리게 되기도 합니다.

 

또 6월에는, 신하들의 요청에 의해 두 왕비(이자겸의 딸들)를 폐하게 되고, 문하시중 임원후(任元厚)의 딸을 황후로 삼게 됩니다. 이분이 훗날 의종 즉위후의 공예태후(恭睿太后)십니다.

 

고려사에는 이 대목에서 인종과 척준경의 일화를 삽입시켰더군요.

예전에 인종이 척준경에게 묻기를

"짐이 꿈을 꾸었는데, 깨 닷되와 해바라기 씨 세개를 얻는 꿈이었다. 경은 무슨 뜻이라 생각하는가?"

"신이 알기로 깨는 한자로 임(荏)이요, 임은 임(任)자와 음이 같으니, 임(任)자 성을 가진 황후를 맞을 징조이며,

그 수가 닷되라는 것은 다섯 아들을 둘 상서입니다. 또한 해바라기의 한자는 황규(黃葵)요, 황(黃)은 황(皇)과 음이 같으니 임금의 황(皇)과 같은 뜻이고, 규(葵)란 것은 바로 규(揆)와 음이 같으니 도(道)로 다스린다는 의미의 규(揆)와 같으니,

황규(黃葵)란 것은 임금이 도로써 나라를 다스릴 상서요, 그 수가 셋이 된 것은 다섯 아들 가운데 세 아들이 임금이 될 징조입니다."라 하였다.

 

정말로 놀라운 꿈 해몽이 아닐수 없습니다. 실제로 인종은 임씨 성을 지닌 황후를 맞아들였으며,

다섯 아들을 두었고, 이중 세아들이 등극하게 됩니다. 세아들은 의종,명종,신종입니다.

 

어느분의 글을 읽어보니, 무식한 척준경이 그런 해몽을 했을리가 없다. 최사전이 대신 해몽해 준것이다고 했지만,

일단 분명히 고려사에는 척준경이 해몽한것으로 나와있습니다.^^;

이를 따르면 척준경도 상당한 지적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유추해 볼수도 있지 않을까요?

 

 

잠시 당시 급변하던 국제정세를 마지막으로 살펴볼까요!

1126년 7월에 송나라에서 사신이 와서 흠종황제의 서신을 전합니다.

요약하면(요약입니다. 원문은 굉장히 깁니다.^_^;;)

"짐은 올해 휘종상황제의 양위를 받아 제위에 올랐다. 귀국와 우리 송나라는 200년간 주군관계(과연?)로 참 사이좋게 지냈다. 요즘 금나라라는 귀국의 신하 노릇을 하던 조그만한 종족들이 자꾸 우리 하북지역을 넘보고 있다. 지난번에 금나라 오랑캐가 우리를 쳐들어 왔을때, 모조리 없애 버리려다가, 그만 숙왕(肅王)이 인질로 잡히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보고만 있었다. 하여 올해 가을에 수백만 군사를 동원하여 오랑캐를 징벌하려 하니, 귀국은 군사를 동원해 같이 오랑캐를 쳐 없애고, 그땅을 나눠가짐이 옳지 않겠는가?"

 

인종은 화답하여 (요약설명하면)

"본시 여진의 오랑캐는 우리나라에 예속되어 있으면서도 말을 잘듣지 않았는데, 까불면(^^;) 혼내주고, 울면 달래주며 변경을 안정시키려 노력했는데, 근래에 이들이 강성해져 여러번 싸움끝에 모든 자원을 다 쓰고 말아 감당키가 어려워졌습니다. 귀국같은 천하의 대국도 곤란을 당하였는데, 하물며 우리같은 소국이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허나 황제께서 명하시니 어찌 따르지 않으리요. 마땅히 천하의 대군이 오랑캐를 징벌하려 할때 힘을 돕겠습니다."

 

참으로 씁쓸한 대목이 아닐수 없습니다. 이미 고려는 금나라와 2달전에 주군의 맹약을 맺은 상태였으며,

송나라는 더욱더 참담해 몇달전에는 금나라에게 수도가 함락 일보직전까지 같었지요.

휘종이 흠종에게 양위한것도, 금나라가 침공하자, 책임을 면하고자 양위한것에 지나지 않았으며

흠종 또한 금나라의 침공을 막아내기도 버거운 상태에서, 수백만 대군으로 가을에 조그만한 종족을 쳐 없애겠다고 큰소리 치니

이거야 원...이죠.^^;

하긴 다음해 5월에 송나라가 금나라를 쳐들어가, 금나라가 고전하고 있다는 잘못된 첩보가 전해지자,

고려는 심각하게 참전을 고려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나, 곧 김부식이 돌아와 거꾸로, 송나라가 멸망직전이라는 말을 듣고

즉각 참전회의를 중단하기도 했으니, 인종의 화답이 거짓만은 아니었겠지요.

 

본시 금나라가 송나라를 쳐들어간 이유도, 4년전 송나라와 금나라가 연합하여 요(거란족)를 칠때 금나라가 연운6주를 차지하게 됩니다. 송나라는 금나라에 연운6주를 돌려달라고 요청하고, 금나라는 양도 조건으로 매년 은,비단 각20만필, 세금 100만냥을 납부하라고 합니다. 송나라는 이에 응하고 땅을 받았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았죠. 화가 난 금태종은 빚을 받으러 송을 침공합니다. 금나라가 빚받으러 온다는 말을 듣고 휘종은 후다닥 흠종에게 양위하고, 수도에서 도망갑니다.

흠종 또한 도망가려다 백성들의 강제적인 만류로 수도에 남아 방어하다가,

금나라에 금5백만냥, 백은 5천만냥, 비단 백만필, 우마 1만마리, 태원,중산,하간의 3진을 금나라에 바친다는 조건하에 화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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